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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호

안녕하세요, 예술해방전선의 첫번째 소식지를 전해드리게 되어 기쁩니다. 첫 소식지를 작성하게 되어서 몹시 기쁩니다. 현장 예술가들의 결실을 소식지를 통해 조금이라도 전해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상인들이 겪고 있는 참상을 목격한 예술가들이 2019년 10월부터 예술해방전선이라는 이름으로 모이게 되었습니다. 이름이 예술해방전선이 된 이유는 예술을 무기로 이용하여 압제자들로부터 민중을 해방시키겠다는 의미도 있지만, 소비사회의 덫에 붙잡혀버린 예술 그 자체도 해방시키고자 하는 열망도 함께 내포하고 있습니다.

예술해방전선에서는 민중을 향하는 예술을 지향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다수가 아직 젊은 예술가들이고 반산업적인 방식이기에 험난한 가시밭길을 예상합니다. 현장예술을 향한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예술해방전선이라는 작은 화분을 같이 가꾸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다음 세대에 전해줄 수 있는 의미있는 역사를 남기겠습니다.

1. 경하와 세민 - 소성리지킴이 조현철

경하와 세민

소성리지킴이 조현철이라는 곡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이 노래는 고통받는 사람들을 해방시키겠다는 아직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여러 세대에 걸쳐 많은 이들이 죽고 스러져가면서도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한발짝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 뜻을 예술의 힘을 빌려 함께하는 동지들에게 전하기 위해 오늘도 작고 보잘것 없는 음악이나마 열심히 만들고 있습니다.

고 조현철 동지는 성주 소성리에서 지내며 사드 반대 투쟁을 전개하다 지금은 소성리에 묻혀 수호신이 되어 듬직하게 그가 사랑하던 할머니들을 지키고 있습니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 그가 갑자기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한탄하며 그 자리에서 바로 그를 기리기 위한 곡을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가사를 쓰는 데에는 10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의 빛나는 삶과 열정을 조금이나마 알고 있었기에 머리 속에 가사는 이미 정해져 있었습니다. 슬픈 추모곡은 만들지 않았습니다. 31년의 짧은 생이었지만 그는 정말 멋지고 의미있는 삶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그가 투사가 되었던 과정과 뜨거웠던 삶을 찬미하는 곡을 쓰고자 노력했습니다. 이 곡은 제가 만든 수많은 곡들 중에서 가장 각별하게 생각하는 곡입니다. 그가 이 음악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 속에 부활하고 뜻 속에 깃들어 영원히 살기를 소망합니다. 조현철은 1987년에 태어나 청년기에 제주 강정마을에서 국가폭력에 맞서 해군기지 반대투쟁을 했고, 한진중공업 투쟁 사수대로 활약했습니다. 촛불집회 시기에는 박근혜 체포단의 일원으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한국전쟁 피해자들의 투쟁에 연대하기도 했습니다. 성인이 된 후 그의 삶은 자신의 몸을 내던지는 투쟁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가 고통받는 이들과 울며 웃고 연대하며 진심으로 행복했을 것이라 믿습니다. 2017년 5월 사드 추가배치를 막기 위해 성주 소성리를 찾았던 청년 조현철은 거세게 탄압받으며 절규하는 소성리의 할머니들과 무자비한 경찰의 폭력을 목격하고 그들을 지키고 연대하기 위해 아예 소성리로 집주소를 옮겼습니다. '소성리지킴이'가 된 조현철은 사드 투쟁을 알리기 위해 전국의 투쟁현장들을 방문하기도 했고, 문재인 정부가 사드 추가발사대를 설치할 때는 경찰에게 6번이나 끌려나오면서도 맞섰습니다. 큰 덩치에 용감했던 그는 폭력에 맞서 사람들과 함께 소성리를 지키는 든든한 연대자였습니다. 단체에 속하지 않은 무급활동가의 삶은 슬프고 괴로운 면모가 있습니다. 소속 단체나 세력이 없기에 활동을 하면서도 경우에 따라 눈치를 보게 되는 일도 있고, 활동비가 없기에 경제적 곤궁을 겪게 됩니다. 마음은 누구보다 뜨거우나 항상 매섭고 차가운 환경에 노출되기도 합니다. 연대활동을 하며 이런 멋지지만 슬픈 젊은 투사들을 그동안 종종 보았습니다. 과거에 저도 그 중 한 사람이었고요. 생각할 수록 애석합니다. 그들을 살피고 버티고 나아가게 할 수 있는 바탕이 필요합니다. 앞으로는 연대자 각자의 희생과 헌신에만 기대지 않아도 되는 투쟁을 조직하고 싶습니다.

그를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그가 세상을 떠나기 얼마전 청와대 사랑채 앞이었습니다. 사드배치에 청와대를 항의방문한 주민들을 함부로 탄압하는 경찰에게 거세게 항의하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그리고 그즈음 익히기 시작했던 새로운 사진 기술에 대해 행복감을 느끼며 사진작가의 꿈을 꾸던 그를 기억합니다. 렌즈에 끼우는 디퓨저를 선물해주었었는데 그 만남이 마지막일 줄 알았다면 더 의미있는 선물을 전해줬을 걸 하는 생각이 듭니다.

2절의 가사 중 '사람들은 때로 너를 힘들게 하기도 했지'라는 가사는 본래 '사람들은 때로 너를 무시하기도 했지'라는 가사였습니다. 이 대목을 마음 아파한 유가족의 뜻에 동의하여 지금의 가사로 수정하였습니다. 투쟁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지만 전면에는 나서지 않은 채 조용히 짐을 나르고 이리저리 온갖 굳은 일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현장에서 가장 귀한 사람들이지만 어떤 이에게는 당연하게 여겨지며 무시를 받기도 합니다. 부끄럽게도 제가 그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고 무시하던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저 사람들이 여기서 가장 귀하고 중요한 사람들이라는 출장작곡가 김동산 님의 가르침으로 그를 다시 보게 되었지만 부끄러운 일입니다. 이것은 저 스스로의 부끄러움을 담은 가사였습니다.

어떤 이들을 짧지만 거룩한 삶을 살며 주위의 사람들을 개심시키고 큰 영향을 끼치곤 합니다. 평생 구세주를 기다려왔지만 어쩌면 우리 주위에 가까이 있었던 그 사람들이 구세주였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남은 이들이 그 뜻을 이어가야 할 것입니다. 고 조현철 동지를 오래도록 함께 기억해주십시오.

그가 온힘을 다해 지키고자 했던 소성리는 지금도 국가폭력의 그늘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우려했던대로 사드 전자파의 위험은 심각하여 지역에 암환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도 아랑곳 하지않고 매주 두차례 사드장비 반입을 위해 대규모로 경찰의 폭력이 동원됩니다. 소성리 주민들과 연대자들이 그에 맞서 힘겹게 싸우고 있습니다. 이를 함께 기억해주십시오.

소성리지킴이 조현철 조현철 너는 박근혜 체포단의 일원으로 세상과 싸우며 정의에 눈 뜨게 됐지사드에 반대하다 경찰에게 매맞는 할매들을 모든 걸 다바쳐 지키겠다 맘먹었지멋적은 나라서 미처 네게 못한 말이 남았어 네가 있었기에 우리도 뜨거울 수 있었다고멋적은 나라서 미처 네게 못한 말이 남았어 네가 있었기에 우리도 뜨거울 수 있었다고 짐도 나르고 사진도 찍고 피켓도 들었지 험상궂어 보여도 누구보다 다정했지사람들은 때로 너를 힘들게 하기도 했지 너는 개의치 않았어 우리를 떠나는 순간까지도멋적은 나라서 미처 네게 못한 말이 남았어 네가 있었기에 우리도 뜨거울 수 있었다고멋적은 나라서 미처 네게 못한 말이 남았어 네가 있었기에 우리도 뜨거울 수 있었다고

음악 듣기

2. 박치치 - 사진으로 보는 예술해방전선 이야기

노량진 수산시장이 아직 무너져 헐리기 전인 2019년도의 사진입니다. 사진 속 사람들의 모습이 지금보다 조금씩 젊어보여 귀엽습니다. 코로나가 없던 시절이라 마스크도 안 쓰고 참 좋았습니다. 예술해방전선 문화제가 끝나고 모여 같이 뭔가를 먹으러 갔던 것 같습니다.

구 노량진수산시장 2019년 사진
구 노량진수산시장 내부

노량진 수산시장은 천장이 높았습니다. 위쪽에 달린 유리 창문으로 빛이 들어오는 것이 참 멋져보였습니다. 비가 오는 날엔 빗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서 청명한 소리가 났습니다. 노량진 수산시장은 참 아름다운 공간이었습니다.

예술해방전선 문화제 관람 상인들

예술해방전선 문화제를 관람중인 상인분들의 모습입니다. 느리고 잔잔한 노래보다는 신나고 밝은 노래를 좋아하시지만 저는 매번 조용한 노래를 불렀습니다. 할머니들이 자꾸 저더러 신나는 노래를 부르라고 하시는데 도무지 뭘 불러야 할 지 모르겠더라구요.

황경하

황경하 - 예술해방전선 문화제

천용성

천용성 - 예술해방전선 문화제
예술해방전선 문화제 진행 모습
예술해방전선 연대 현장
달님이 - 구 노량진수산시장의 고양이

예술해방전선 문화제를 진행중인 모습입니다. 노량진 수산시장엔 상인분들도 많고 상인분들을 때리는 용역깡패들도 많았지만 상인분들과 함께 용역깡패에 맞선 예술가들도 많았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예술가들이 수산시장으로 모였습니다.

구 노량진 수산시장의 귀염둥이 마스코트 고양이 달님이 입니다. 달님이는 2020년 2월 행정대집행 당시 실종되어 현재까지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상태입니다. 달님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많이 아프고 미안합니다. 그야말로 당신이 있는 곳을 집이라 여기고 살던 반가운 친구였습니다.

구 노량진 수산시장의 풍경들입니다.

후원자분들께. 여러분들께 전할 해방전선의 이야기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들께 보낼 다음 편지를 적으며, 천천히 사진들을 정리하며 기다리겠습니다. 이토록 어려운 시기에 이렇게 돈으로 귀한 마음을 보태주셔서 얼마나 부담스럽고 감사한지 모릅니다. 후원자 여러분! 해방전선에 용기를 보태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투쟁! 예술해방전선 사무국장 박건주 올림.

3. 박산들 - 검은 숲

박산들 - 검은 숲 (캔버스에 유채, 72.7x60.6)

캔버스에 유채, 72.7x60.6

당연하지 않은 사유로 폐허가 된 곳엔 너무나 당연하게 무성한 풀들이 자라곤 한다. 불과 몇 년 전, 혹은 몇 개월 전까지 사람 내음이 가득했던 장소는 마치 아주 오랜 시간동안 사람이 드나들지 않았던 것처럼 적막하게 변해있다.

길을 걷다보면 차가운 아스팔트를 뚫고 나오는 새싹이나 낡은 건물 사이를 비집고 서 있는 나무를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철조망 사이로 보았던 것은 빠르게 자라난 자연에 무력히 잡아먹혀버린 풍경이었다.

으레 풀이나 나무라고 하면 생명력이나 희망 따위를 떠올리게 하는 경우가 많지만 가끔은 완전히 반대되는 것을 연상시킬 때가 있는데, 내겐 비어버린 곳에 자라난 풀과 나무가 꼭 그렇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 폐허가 된 것을 은폐하기라도 하듯 자라난 그 식물들이 오히려 공포스럽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