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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호

존경하는 예술해방전선 후원회원 및 투쟁동지 여러분께,

이윽고 새해의 시작입니다. 모두 올 한해 바라는 바 모두 성취하시고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는 수많은 도전과 어려움에 직면했지만, 여러분의 굳건한 지지와 연대 덕분에 흔들림 없이 전진할 수 있었습니다. 예술해방전선은 2019년 10월, 구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이 겪은 폭력적인 상황을 목격한 예술가들이 뜻을 모아 결성한 단체입니다. 우리의 이름에는 예술을 통해 약자들을 보호하고, 사회적 불평등으로부터 해방시키며, 예술 그 자체도 소비주의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의지를 담았습니다. 이는 단순한 구호가 아닌, 우리가 매 순간 실천하고자 하는 삶의 방식이자 예술의 지향점입니다. 지난 4년여 동안 우리는 거리에서, 광장에서, 그리고 투쟁의 현장에서 예술로써 연대하며 힘을 보태왔습니다. 때로는 노래로, 때로는 그림으로, 때로는 춤으로 민중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비록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은 여전하지만, 여러분과 함께라면 반드시 변화의 씨앗을 틔울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예술해방전선은 앞으로도 민중의 고통에 공감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일에 끊임없이 정진하겠습니다. 우리의 작은 실천들이 모여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밑거름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새해에도 변함없는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따뜻한 연말 보내시길 바라며, 후원회원님과 동지 여러분 모두의 건강과 평안을 기원합니다.

함께 연대하며, 예술해방전선 드림

1. 광장을 넘어, 현장으로: 어디에서 희망을 찾을 것인가

황해문화 126호에 원고청탁을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이번 윤석열 내란사태와 예술해방전선의 활동에 관한 생각을 담았습니다.

2024년 12월 3일 한밤의 충격은 여전히 생생하다. 윤석열의 계엄 선포 소식에 현실과 꿈을 구분할 수 없었다. 다행히도 국회가 곧바로 계엄을 해제했고,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날 밤의 경험은 우리 모두에게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절감하게 했다. 대통령 한 사람의 독단적 결정으로 계엄이 선포될 수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민주화 이후 30여 년이 지났음에도 우리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불안정했다. 시민들의 즉각적인 저항과 국회의 신속한 대응으로 이번 사태는 빠르게 수습되었으나, 이는 오히려 우리 정치 체제의 근본적인 문제를 몹시 선명하게 드러냈다.

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거리로 나섰다. 나 역시 분노한 마음으로 국회 앞 집회에 참여했고, 예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음악인 시국선언을 조직하는 과정에 참여하여 약 2,645명의 연명을 모으는 데 작은 힘을 보탰다. 그러나 이러한 즉각적 대응만으로는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번 사태는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가 이룬 성과와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었다. 시민들의 즉각적인 저항과 민주적 제도의 작동은 분명한 성과였다. 그러나 한 사람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 구조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숙제로 남아있다. 이는 그저 현 정부만의 문제가 아닌, 제왕적 대통령제와 그것을 떠받치는 관료제 등 우리 정치 체제의 근본적 모순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 이러한 구조적 모순은 한 정권의 교체나 인적 쇄신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것이다.

더욱 깊은 문제는 정치 체제의 모순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야 할 민주화 세대마저 근본적 변화보다는 정권 획득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586세대(50대의 나이, 80년대 대학생이자 민주화운동 세대, 60년대생)는 민주화 이후 권력과 제도 내부로 진입하여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위치에 올랐으면서도, 정작 자신들이 비판했던 권력구조의 모순을 그대로 온존시켰다. 그들은 정치권과 관료조직, 학계, 언론계, 문화예술계 등 사회 각계각층에서 영향력 있는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지만, 권력의 본질적인 문제를 고민하기보다는 오로지 권력을 잡는 것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 빈곤과 차별, 도시 재개발로 인한 강제퇴거, 노동권과 평화의 문제는 그들의 관심 밖에 있다. 힘없고 가난한 이웃들은 바로 이 문제들 때문에 오늘도 눈물을 흘린다.

이러한 한계는 촛불항쟁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 시기에 가장 분명하게 드러났다. 제도권에 진입한 민주화 세대 출신 관료들과 정치인들은 과거 자신들이 비판했던 권력기구들과 타협하며, 현장의 모순들을 외면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노량진수산시장 사태였다. '시장 현대화'라는 명분 아래 진행된 이 사업의 실상은 수협의 부동산 개발 사업이었다. 1971년부터 시장을 일구어온 상인들의 생존권은 안중에도 없었다. 신축 건물로 이전하면 판매 공간은 줄어들고 임대료는 2~3배 오르는 데다, 전통시장의 정취마저 사라질 판이었다. 더욱 문제적인 것은 중앙도매시장 개설 권한을 가진 서울시와 수협을 감독해야 할 해양수산부가 직무를 방기하고 수협의 이익에 편승했다는 점이다. 상인들이 "수협이 부동산 투기를 위해 삶의 터전을 빼앗으려 한다"며 호소했지만, 두 기관은 수협의 일방적인 개발 강행에 부역했다.

결국 2017년 4월부터 2019년 8월까지 총 10차례의 강제집행이 이루어졌다. 평생을 이곳에서 일한 고령의 여성 상인들이 거리로 내몰렸다. 새 시장 입주를 거부한 80여 명의 상인들은 노량진역 인근 도보육교 위에서 천막 농성을 시작했지만, 정부와 여당은 이들의 호소를 철저히 무시한 채 수협의 개발 계획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40년 넘게 이어온 시장의 역사적, 문화적, 사회적 가치는 문재인 정부 관료들의 행정편의주의와 수협의 개발 논리 앞에서 무력하게 무너져갔다.

소성리 사드 배치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태도 역시 참으로 충격적이었다. 대선 때만 해도 사드 배치 전면 재검토를 약속했던 문재인 정부는 취임 후 전임 정부의 결정이라며 책임을 회피했고, 결국 수천 명의 경찰을 동원해 마을 주민들을 강제로 진압했다. 심야에 사드 장비를 기습 반입하고, 평화롭게 저항하던 주민들과 활동가들을 폭력적으로 해산시켰다. '적폐 청산'을 약속했던 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이전 정부와 다르지 않았다. 주민들의 생존권과 평화에 대한 염원은 철저히 무시되었다.

지금까지 살펴본 사례들이 보여주는 바는 분명하다. 촛불항쟁으로 탄생한 정부라 할지라도, 어떤 정당이 집권하더라도,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특정 정부의 의지 부족이나 배신으로만 볼 수 없는 문제다. 정권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은 우리 사회의 기득권 구조가 그만큼 공고하기 때문이다. 개발 자본, 재벌, 관료 조직, 군산복합체 등 다양한 특권 세력들은 정권과 무관하게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킨다. 그리고 정권은 이들과 타협하며 시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한다. 소성리에서는 미국의 군사전략적 이해를, 노량진에서는 개발자본의 이익을 우선했다.

이러한 현실 인식은 우리에게 중요한 과제를 제시한다. 정권 교체만으로는 우리 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 광장의 함성으로 정권을 바꾸는 것은 변화의 시작일 뿐이다. 우리는 이제 광장을 넘어 구체적인 현장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가 바라는 변화는 사회 곳곳의 현장에서, 특권 세력과 맞서 싸우는 끈질긴 투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노동 현장, 재개발 현장, 평화운동의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투쟁들이 모여 비로소 우리 사회의 기득권 구조를 흔들 수 있다.

현장 투쟁이 중요한 까닭은 우리 사회의 모순을 가장 구체적이고 첨예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허공에 떠도는 구호나 이념이 아닌, 사람들의 실제 삶과 직결된 문제들이 현장에서 드러난다. 재개발이란 이름으로 자행되는 강제퇴거, 이윤 극대화를 위해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기업의 횡포, 군사적 이해관계 앞에 무시되는 주민들의 평화로운 삶에 대한 열망이 바로 그것이다. 현장의 투쟁은 새로운 연대와 대안적 가치도 만들어낸다. 현장에서 사람들은 서로의 고통을 나누고 함께 싸우는 과정에서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경쟁과 효율 대신 연대와 돌봄의 가치를, 개발과 성장을 넘어 지속가능성과 평화의 가치를 배운다.

현재도 여러 현장에서 사람들의 투쟁이 이어지고 있다. 동서울터미널의 상인들은 재개발 앞에서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 1989년 개장 이래로 터미널과 함께해온 60여 개의 상가들이 한진중공업의 현대화 사업과 신세계프라퍼티의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상인들은 재건축 기간 중의 '영업 지속권'과 재건축 후 신축 상가의 '우선 임차권'이라는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외면받고 있다. 시민들의 연대와 관심이 그들의 외로운 투쟁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다.

노동 현장의 상황도 무척 심각하다. 세종호텔은 코로나19를 구실로 12명의 노동자를 해고했다. 호텔은 충분한 자산이 있음에도 정상영업을 거부했고, 해고 회피를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관광객이 회복된 지금도 해고 노동자들은 복직하지 못한 채 거리에서 투쟁하고 있다. 한국옵티컬하이테크의 두 여성 노동자는 불타버린 공장 옥상에서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들의 투쟁은 그 사안에 비해 사회적 관심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확산시키는 데 있어 예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예술은 기록이나 보도를 넘어서는 특별한 힘을 지닌다. 개별적 사건이나 구체적 갈등을 넘어, 우리 시대가 직면한 구조적 모순을 드러낼 수 있다. 한 사람의 고통을 모두의 고통으로 전환하고, 한 곳의 투쟁을 보편적 연대의 가능성으로 확장할 수 있다.

이 믿음을 바탕으로 예술해방전선은 2019년부터 현장 중심의 예술 활동을 꾸준히 이어왔다. 우리는 쫓겨나고 버림받은 옛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의 고통을 목격하고 그 사연을 알리기 위해 매주 금요일 노량진역 앞에서 문화제를 개최해왔다. 이후 여러 현장에서 음악, 그림, 사진으로 연대활동을 펼쳐왔다. 처음 네 명으로 시작한 우리 모임은 훨씬 많은 예술가들이 뜻을 모으는 유연한 네트워크로 발전했다. 각자 다른 가치관과 지향을 가진 이들이 모였지만, 우리는 한 가지 목표를 공유한다. 바로 현장과 함께 호흡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예술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예술해방'이라는 말의 의미를 끊임없이 되새긴다. 현장 예술은 사회 운동의 도구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예술은 그 자체로 해방의 언어가 되어야 한다. 투쟁의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우리의 예술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고, 그것이 다시 현장에 새로운 상상력과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꿈꾸는 예술과 현장의 선순환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새로운 세상은 모든 이의 존엄이 존중받는 사회다. 하지만 광장의 촛불만으로는 부족하다. 시민들의 의식이 변화해야 하고,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해결되어야 한다. 우리는 앞으로도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예술 활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작은 실천들이 모여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광장을 넘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예술로 승화시키고 더 많은 이들과 나누는 길을 걸어가려 한다.

2. 자이의 앨범 {Golden Hour} 준비중

예술해방전선과 함께 투쟁현장에서 늘 한결같이 연대해주시던 자이가 새 앨범 <Golden Hour>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노량진수산시장, 동서울터미널 등 곳곳의 현장에서 따뜻한 위로의 노래를 들려주셨던 자이는 이번 앨범에서 자신만의 독보적인 음색과 25년간의 음악 여정을 담아낼 예정입니다.

보사노바의 "Fever"부터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때늦은 옛 이야기"까지, 총 4곡의 신작이 수록됩니다. 프로듀서 박찬울과 피아니스트 이보람, 베이시스트 정수민, 드러머 권낙주 등 실력파 뮤지션들이 함께해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앨범은 2월 14일 발매 예정이며, 다음날인 2월 15일에는 아트스페이스 반쥴에서 발매 기념 공연도 열립니다. 오랫동안 현장과 함께해온 자이의 새로운 음악 여정에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3. '모레도토요일 - 모르는' 발매

제주 강정마을에서 매일 인간띠잇기를 하며 연대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포크 듀오 모레도토요일이 새 싱글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곡에는 강정마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와 평화에 대한 간절한 바람이 담겨있습니다. 모레와 도토로 구성된 이들은 단순히 음악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해군기지 건설 현장에서 평화 지킴이로 활동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음악으로 승화시켜왔습니다. 이번 신곡도 각자의 창밖 풍경은 다르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한 걸음 더 다가가고자 하는 마음을 섬세하게 담아냈습니다. 레코딩과 믹싱은 예술해방전선의 황경하가 맡았으며, 소노리티 마스터링의 이재수 감독님이 마스터링을 진행했습니다. 아름다운 앨범아트는 산호가 디자인했습니다. 강정마을과 모든 평화를 염원하는 이들에게 바치는 이 노래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4. 삼각전파사, <디스토피아 2025>로 전하는 우리의 이야기

현장에서 늘 함께해온 전자음악가 삼각전파사가 첫 정규앨범 <디스토피아 2025>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현포차, 우장창창, 궁중족발, 노량진수산시장 등 수많은 투쟁의 순간을 함께 해온 삼각전파사는 이번 앨범에서 우리 시대의 아픔을 독특한 전자음악으로 승화시켰습니다. 총 10곡이 수록된 이번 앨범에는 재개발 현장의 폭력성을 그로테스크하게 풀어낸 '땅거미 Z', 자본주의 시스템 속 우리의 모습을 담은 '그리마 X', 산업재해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물결' 등 현장의 목소리를 실험적인 전자음악으로 담아냈습니다. 특별히 이번 앨범은 CD와 함께 삼각전파사가 직접 쓴 SF소설집도 함께 발매됩니다. 음악으로 담아낸 이야기들을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이 소설집은 우리가 마주한 현실을 더욱 생생하게 그려낼 것입니다. 앨범 제작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은 2월 5일경 시작될 예정입니다. 우리 시대의 아픔을 기록하고 저항하는 삼각전파사의 첫 정규앨범에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5. 12월 예술해방전선 회계보고

수입 항목금액
CMS125,380
총수입125,380
지출 항목금액
지출 없음
총지출0
당월 차액125,380원
전월 잔액-382,244원
현재 잔액-256,864원

12월 한 달 간 총 125,380원의 후원금이 들어왔으며, 감사하게도 현장에서 늘 따뜻한 식사를 제공해주신 덕분에 지출은 없었습니다. 11월의 -382,244원에서 12월 수입을 더한 현재 잔액은 -256,864원입니다. 어려운 재정 상황에도 불구하고 매달 변함없이 보내주시는 후원회원님들의 따뜻한 지지 덕분에 예술해방전선은 계속해서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금은 한겨울 추위 속에서 싸우는 이들과 연대하는 음악을 만들고, 투쟁의 현장에서 예술로 힘을 보태는 데 요긴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올 한 해도 든든히 함께해주신 후원회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새해에도 예술해방전선은 현장의 아픔에 공감하고, 투쟁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일에 모든 힘을 다하겠습니다. 보내주신 신뢰와 연대에 부끄럽지 않은 발걸음을 이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