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예술해방전선 후원회원 및 투쟁동지 여러분께
세상을 화려하게 수놓았던 마지막 잎새들이 마침내 대지로 돌아가는 11월입니다.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불어오는 스산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지만, 바로 이 계절이기에 우리는 서로의 온기가 얼마나 소중한지, 함께 맞잡은 손이 얼마나 따뜻한지 더욱 절실하게 깨닫습니다.
모든 것이 스러져가는 풍경 속에서도 우리는 압니다. 잎을 떨군 나무는 죽은 것이 아니라, 가장 깊은 곳으로 힘을 모아 혹독한 겨울을 견디고 기어이 새봄을 피워낼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우리의 투쟁과 연대 또한 이와 같을 것입니다. 때로는 지치고 모든 것을 잃은 듯한 순간에도, 우리는 가장 낮은 곳에서 서로에게 뿌리가 되어주며 희망의 씨앗을 품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자리에 예술이 있습니다. 화려한 계절을 기록하고, 스러져가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며, 다가올 겨울의 침묵 속에서도 꺼지지 않을 작은 불씨를 지피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의 예술이 해야 할 일이라 믿습니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 더욱 뜨거워지는 동지들의 연대에 기대어, 11월의 소식을 시작합니다.
고령의 여성들이 대부분인 구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이 겪고 있는 폭력적인 참상을 목격한 예술가들이 2019년 10월부터 '예술해방전선'이라는 이름으로 모이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모임 이름이며 우리가 여는 문화제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이름이 예술해방전선이 된 이유는 예술을 무기와 도구로 이용하여 압제자들로부터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고 해방하는데 힘을 보태겠다는 의미도 있지만, 소비사회의 덫에 붙잡혀버린 예술 그 자체도 해방시키고자 하는 열망도 함께 내포하고 있습니다.
10여년 간 현장에 꾸준히 연대하며 여러 일들을 겪고 목격하며 하게 된 생각이 있습니다. 각자의 가치관과 방향을 뛰어넘어 함께 현장이 처한 위기에 연대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난 뒤에는 깔끔하게 해산하는 현장 중심의 네트워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했습니다. 다양한 가치관과 생각을 가진 연대자들이 부당한 폭력으로 부터 보호받고, 다양한 목적과 이익을 쫓는 정파, 단체들의 정치적 협잡으로부터 안전하게 마음과 활동을 다 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하는 울타리와 깃발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술해방전선에서는 투쟁하는 민중과 함께하는 예술을 지향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다수가 아직 젊은 예술가들이고 반산업적인 방식이기에 험난한 가시밭길을 예상합니다. 현장예술을 향한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예술해방전선이라는 작은 화분을 같이 가꾸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함께 연대하며, 예술해방전선 드림
촛불교회 후원의 밤 연대공연


거리의 기도와 역사의 공간이 만난 밤, 두 동지의 노래가 울려 퍼지다
지난 10월 27일 저녁, 우리의 발걸음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공간, 향린교회로 향했습니다. 그곳에서는 벽도, 지붕도 없이 아스팔트 위에서 가장 낮은 이들과 함께해 온 '촛불교회'의 후원의 밤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를 더욱 빛내기 위해, 소중한 동지들인 남수와 길가는밴드의 장현호가 나란히 무대에 섰습니다.
촛불교회는 2016년 촛불항쟁의 광장에서 태어난, 세상 가장 낮은 곳을 향하는 '거리의 교회'입니다. 화려한 성전 대신 투쟁하는 이들의 곁을 지키며, 그들의 아픔을 보듬고 영적인 위로와 연대를 나누는 것이 그들의 사명입니다. 그런 촛불교회가 후원의 밤을 연 장소는 바로 향린교회 - 군부독재 시절부터 민주화 운동가와 노동자, 철거민들의 피난처이자 안식처가 되어주었던, 한국 민중 운동의 살아있는 역사와도 같은 곳입니다.
언제나처럼 묵묵히 현장을 지켜온 길가는밴드의 장현호 동지의 노래는, 마치 거리에서 수없이 외쳤을 구호이자 기도처럼 단단하고 힘이 있었습니다. 그의 음악은 언제나 우리를 투쟁의 가장 뜨거운 순간으로 이끌며, 지치지 않을 용기를 북돋아 주었습니다.
이어서 무대에 오른 남수 동지의 노래는 따뜻한 위로로 공간을 채웠습니다. 수원 행궁동에서 '딱따구리 책방'이라는 소중한 공간을 지키기 위해 현실과 부딪히면서도 예술의 끈을 놓지 않는 그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든 노래. 그의 음악은 치열한 싸움에 지친 이들의 어깨를 가만히 다독여주는 다정한 손길과도 같았습니다.
한 사람은 거리의 외침을, 다른 한 사람은 일상의 위로를 노래하며, 두 동지의 음악은 서로를 보완하고 어우러져 '연대'라는 이름의 가장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냈습니다. 예술이 어떻게 현장의 아픔에 응답하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지를 보여준 가슴 벅찬 밤이었습니다.
출장작곡가 김동산 음반제작


우리 곁의 블루스, 봄을 부르는 노래가 되어 돌아옵니다
겨울의 찬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계절이지만, 언 땅 아래에서는 이미 새로운 생명이 움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줄 반가운 봄소식 같은 음악, 출장작곡가 김동산 동지의 새 앨범 제작 소식을 전합니다.
'한국의 우디 거스리'라 불리며 기타 하나 둘러매고 삶의 현장 곳곳을 누벼온 김동산 동지. 그가 이번에는 혼자가 아닙니다. 수원 지역을 기반으로 그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밴드 '김동산과 블루이웃'이 함께 뭉쳤습니다. 밴드 이름 속 '블루(Blue)'가 상징하는 쓸쓸하지만 깊이 있는 정서, 그리고 '이웃'이 뜻하는 따뜻한 연대의 마음이 어우러진 그들의 음악은 투박하지만 그 무엇보다 정직한 울림을 줍니다.
이 소중한 기록을 위해 언제나 좋은 사운드로 우리의 음악을 완성해 주는 황경하 엔지니어와, 독보적인 개성으로 인디 음악씬을 지키고 있는 삼각전파사가 제작 전반을 도우며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단순한 비즈니스 파트너가 아닌, 서로의 음악과 삶을 존중하는 동료들이 뭉쳤기에, 앨범에 담길 소리의 깊이는 남다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앨범의 발매 목표는 다가오는 2월 말입니다. 겨우내 웅크렸던 대지가 숨을 트고,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는 바로 그 시기입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노래를 짓던 '출장작곡가'의 발걸음이, 이제는 우리 모두의 삶을 위로하는 '블루이웃'의 합주가 되어 세상에 나올 준비를 마쳤습니다. 그 설레는 기다림에 동지 여러분도 함께해주시길 바랍니다.
동서울터미널 소식과 송년 문화제


[기쁜 소식] 7년의 겨울을 이겨낸 연대의 힘, 동서울터미널에 마침내 '상생의 봄'이 옵니다
차가운 시멘트 바닥 위에서, 거대 자본의 불도저 앞에서 무려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싸워왔던 동서울터미널 상인들의 투쟁이 마침내 '승리'라는 아름다운 결실에 가까워졌습니다. 개발 논리에 밀려 쫓겨나는 것이 당연시되던 이 땅의 슬픈 역사 속에서 영세 상인들이 거대 자본을 상대로 '재입점 보장'이라는 생존권을 온전히 쟁취해 낸 기적 같은 이정표입니다.
지난 7년은 상인들에게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이었습니다. 삶의 터전이 강제로 철거되는 것을 지켜봐야 했고, 평생을 성실하게 살아온 이들이 하루아침에 "불법 점거자", "범죄자"라는 낙인 속에 갇혀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연대해 줘서 용기를 얻었다", "싸우는 게 옳은 일이라고 말해주는 한마디가 큰 힘이 됐다"는 상인들의 고백처럼, 시민사회와 예술가들, 그리고 동지 여러분이 내밀어준 연대의 손길이 꺼져가던 투쟁의 불씨를 다시 살려냈습니다.
그 끈질긴 연대의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상인들은 재건축 후 들어설 복합쇼핑몰 '스타필드'에 반드시 입점할 권리를 보장받았습니다. 서울시는 11월 중순, 이 상생 방안을 공식화하는 행정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며, 만약 신세계 측이 약속을 어기고 상인들을 입점시키지 않을 경우 관할 구청인 광진구청이 해당 건물의 준공을 전면 중단시키고 수백억 원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게 됩니다. 관련 공무원들조차 "이런 일이 또 일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혀를 내두를 만큼, 이번 승리는 대규모 개발 사업 역사상 가장 모범적이고 이례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오는 11월 29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동서울터미널 투쟁 현장에서 열리는 이번 문화제는 승리에 가까워진 기쁨을 나누는 축제의 장이 될 것입니다. 7년 투쟁의 기록을 되돌아보고, 상인들이 전하는 감사의 인사와 승리 보고, 그리고 연대 예술가들이 준비한 흥겨운 공연이 어우러질 예정입니다. 부디 오셔서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고, "고생했다", "우리가 해냈다"며 서로를 안아주는 따뜻한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10월 예술해방전선 회계보고
| 수입 항목 | 금액 |
|---|---|
| CMS 정기후원 | 113,700원 |
| 총수입 | 113,700원 |
| 지출 항목 | 금액 |
|---|---|
| CMS 수수료 | 33,000원 |
| 총지출 | 33,000원 |
10월 재정 보고: 깊어가는 가을, 차곡차곡 쌓이는 연대의 힘
가을이 절정을 향해 달려가던 지난 10월, 동지 여러분께 재정 운용 내역을 투명하게 보고드립니다. 지난 10월 14일, 동지 여러분의 소중한 마음이 모여 113,700원의 수입이 발생했습니다.
지출 내역은 CMS 수수료 33,000원이 전부입니다. 9월에 이어 10월에도 별도의 식사비나 활동비 지출 없이 알뜰하게 살림을 꾸렸습니다. 하지만 이는 활동의 부재가 아니라, 다가올 더 큰 연대를 위한 '숨 고르기'이자 '비축'의 과정이었습니다. 특히 앞서 말씀드린 11월 말 '동서울터미널 송년문화제'와 같은 굵직한 현장 연대를 힘있게 치러내기 위해, 소중한 재정을 아껴두고 내실을 다지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결과, 전월(9월) 잔액 74,496원에서 80,700원의 흑자를 더해, 10월 말 기준 현재 잔액은 155,196원으로 늘어났습니다. 지난여름의 마이너스 재정을 딛고, 이제는 제법 든든한 활동 자금이 모였습니다.
우리의 곳간을 채워주시는 것은 돈이 아니라 동지 여러분의 마음임을 잊지 않겠습니다. 보내주신 신뢰에 보답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투명하고 정직하게, 그리고 무엇보다 현장에 꼭 필요한 방식으로 재정을 운용하겠습니다. 변함없이 함께해 주시는 모든 후원회원님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