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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호

존경하는 예술해방전선 후원회원 및 투쟁동지 여러분께

숨 막히던 여름의 열기가 어느새 시간의 저편으로 물러나고,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제법 서늘한 공기가 옷깃을 여미게 하는 10월입니다. 문득 고개를 들면, 손에 잡힐 듯 가까워진 높고 푸른 하늘과 그 위를 수놓는 뭉게구름이 마음을 평온하게 합니다. 거리의 나무들은 지난 계절의 싱그러움을 갈무리하고, 이제 저마다의 고유한 빛깔로 가장 화려하게 세상을 물들이려 합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계절의 한가운데서, 변함없는 마음으로 연대의 자리를 지켜주고 계시는 동지 여러분 한 분 한 분께 깊은 가을의 인사를 전합니다.

곧 찾아올 단풍의 군무를 생각하며, 문득 동지 여러분을 떠올립니다. 저마다 다른 모양과 빛깔을 지녔지만, 함께 어우러져 거대한 숲의 장관을 이루는 나뭇잎들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고유한 재능과 목소리로 연대의 풍경을 채워주시는 동지들이 계셨기에 우리의 길이 외롭지 않았습니다. 누군가는 뜨거운 붉은빛으로 열정을 태우고, 누군가는 깊은 노란빛으로 따스한 위로를 건네며, 또 다른 누군가는 묵묵한 갈색빛으로 우리의 뿌리가 되어주었습니다. 여러분이 함께 만들어온 이 다채로운 연대의 숲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 생각이 깊어지는 이 계절에 다시 한번 가슴에 새깁니다.

결실의 계절, 우리는 지난 시간 동안 함께 뿌렸던 연대의 씨앗들을 돌아봅니다. 때로는 메마르고 척박한 땅 위에서 희망의 싹을 틔우기 위해 분투했고, 때로는 예기치 못한 비바람에 위태롭게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서로의 어깨에 기대고 지친 손을 맞잡는 작은 몸짓들이 모여 결국에는 그 어떤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는 든든한 숲을 이룬다는 것을 말입니다. 우리의 투쟁은 단 한 번의 승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이 연대의 숲을 가꾸고 지키며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기 위한 기나긴 여정임을 믿습니다.

깊어가는 가을, 다가올 겨울을 준비하듯 우리의 마음과 연대 또한 더욱 단단하고 속 깊게 여물어가기를 소망합니다. 이 아름다운 계절, 동지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은 소중한 활동 소식과 가슴 따뜻한 이야기들을 정성껏 담아 10월의 소식지를 시작합니다.

함께 연대하며, 예술해방전선 드림

삶의 터전에서 울려 퍼진 동서울터미널 연대공연

동서울터미널 연대공연
동서울터미널 연대공연 현장

삶의 터전에서 울려 퍼진 희망가, 남수 동지의 동서울터미널 연대공연

하루에도 수만 명이 스쳐 지나가는 동서울터미널. 이곳은 지금 두 개의 세상이 충돌하는 공간입니다. 한편에서는 신세계프라퍼티라는 거대 자본이 49층짜리 초고층 '스타필드'를 짓겠다는 화려한 미래 청사진을 그리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약국, 식당, 편의점 등 수십 년간 터미널과 함께 울고 웃었던 임차 상인들이 일방적인 계약 해지 통보 앞에 삶의 터전 전체를 송두리째 빼앗길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지난 10월 16일, 바로 그 절박한 투쟁의 현장 한가운데에 우리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동지, 싱어송라이터 남수가 노래했습니다. 재개발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휩쓸려 나갈 위기에 처한 상인들의 곁에서, 그의 연대공연은 작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시작되었습니다.

터미널을 인수한 신세계는 '현대화'를 명분으로, 수십 년간 이곳에 삶을 투자해 온 상인들에게 제대로 된 보상이나 이주 대책 하나 없이 '나가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상인들의 땀과 이야기가 켜켜이 쌓인 작은 가게들이 사라진 자리에 들어설 거대한 쇼핑몰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남수 동지의 노래는 바로 이 비정한 자본의 논리를 향한, 한 인간의 존엄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그의 노래는 동서울터미널 상인들의 불안한 마음에 가닿아, 당신들의 싸움이 결코 외롭지 않다는 가장 따뜻한 증거가 되었습니다. 화려한 스타필드의 조감도보다, 지금 여기서 자신의 가게를 지키려는 한 사람의 얼굴이 더 소중하다고 말하는 그의 음악은, 비인간적인 개발 논리에 맞서는 가장 인간적인 무기였습니다.

남수 동지를 아는 이라면, 그의 노래가 언제나 삶의 가장 진솔한 자리에서 피어난다는 것을 압니다. 수원 행궁동의 작은 골목,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이 감싸 안은 그곳에서 '딱따구리 책방'이라는 소중한 문화 사랑방을 지키기 위해, 그는 오늘도 현실의 무게와 기꺼이 마주합니다. 새벽녘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야쿠르트를 배달하고, 뜨거운 주방에서 땀 흘리는 'N잡러' 예술가. 그의 삶 자체가 바로 고단함 속에서도 꿋꿋하게 희망을 짓는 한 편의 노래입니다.

자신의 삶을 꿋꿋하게 일구는 힘으로 다시 연대의 현장에 온기를 나누는 남수 동지에게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예술해방전선은 동서울터미널 상인들의 생존권 투쟁에 끝까지 함께할 것이며, 그 곁을 지키는 모든 예술가 동지들과 굳건히 연대하겠습니다.

현장의 심장에서 태어난 노래 '연대의 노래'를 함께 듣습니다

연대의 노래
연대의 노래 앨범
연대의 노래 현장

이번 소식지에서는 투쟁의 현장에서 피어난, 아주 특별한 사연을 품은 노래 한 곡을 깊이 있게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바로 2017년에 발매된 <새 민중음악 선곡집 Vol.2>에 수록된, 출장작곡가 김동산의 '연대의 노래'입니다. 이 노래는 단순한 창작곡이 아니라, 사드 배치 반대 투쟁이 가장 치열했던 성주 소성리의 흙먼지 속에서 두 명의 예술가 동지가 만나 서로의 삶을 나누며 빚어낸, 살아있는 연대의 기록입니다.

노래의 탄생은 '출장작곡'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한 음악가가 다른 음악가의 삶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 그의 이야기를 듣고, 그 자리에서 즉시 노래로 빚어내는 방식입니다. 노래를 만든 이는 '한국의 우디 거스리'라는 별명처럼 늘 소외된 이들의 곁에서 노래해 온 포크/블루스 뮤지션 김동산 동지입니다. 그리고 노래의 주인공은, 이제는 '소성리 대스타'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현장음악가 정진석 동지입니다.

노래의 주인공인 정진석 동지는 본래 붓을 들던 미술 작가였습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의 깊은 슬픔과 국가 폭력의 부조리를 목격하며, 그는 더 이상 예술이 세상과 분리될 수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이후 소성리 사드 배치 과정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모욕에 맞서기 위해 아예 주소지를 소성리로 옮기고, 지난 8년 가까운 시간을 주민들과 함께 평화를 지키는 데 바쳤습니다. 그의 음악은 특별합니다. 그의 블루스에는 경상도 사투리의 구수한 억양과 투쟁의 절박함, 그리고 현장을 지키는 이의 단단함이 날것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그런 그의 삶을 노래로 옮긴 김동산 동지 역시 묵묵히 연대의 길을 걸어온 음악가입니다. '김동산과 블루이웃'이라는 밴드를 이끌며 해고 노동자, 젠트리피케이션 피해 상인 등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목소리가 되어주었습니다. 현재는 수원 장안문 근처에서 LP, 리사이클링 샵 "롱플레이어"를 운영하며, 단순히 물건을 파는 가게를 넘어 지역 문화와 연대의 거점으로 가꾸어 나가고 있습니다.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해 중립은 없다"는 노래의 외침은 바로 정진석 동지의 삶의 선언이자, 이 노래를 만든 김동산 동지의 예술적 신념입니다. 이는 예술해방전선이 지향하는 연대의 정신과도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노래는 "우리가 만드는 평화가 보이지 않을 지라도 이미 평화는 그대와 나 우리 안에 있다"고 속삭입니다.

아래 첨부된 라이브 영상을 통해 이 묵직한 울림을 꼭 직접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한 사람의 치열한 삶이 어떻게 모두의 노래가 되는지, 그리고 그 노래가 다시 현장에 어떤 힘을 주는지 생생하게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두 동지의 앞으로의 활동에 변함없는 지지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현장의 낮은 목소리 이제 내면의 깊은 울림으로 - 정수민의 새 앨범 [잔해]

정수민 앨범 잔해

동지 여러분께 아주 반갑고, 자랑스러우며, 또한 깊은 사색에 잠기게 하는 소식을 전합니다. 예술해방전선의 여러 프로젝트와 연대의 현장에서, 언제나 가장 낮은 곳에서 묵직하고 깊은 콘트라베이스 연주로 우리의 걸음에 힘을 실어주었던 정수민 동지가 그의 다섯 번째 정규 앨범 [잔해 (Remnants)]를 발표했습니다.

정수민 동지는 우리에게 그저 뛰어난 재즈 베이시스트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언제나 자신의 음악을 통해 시대의 아픔과 소외된 이들의 삶을 외면하지 않았던 '베이스를 든 철학자'였습니다. 강남의 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의 주소를 곡명으로 삼아 젠트리피케이션의 상처와 도시의 비정한 이면을 담담한 재즈 선율로 고발했던 데뷔 앨범([Neo-liberalism]), 그리고 민중가요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등을 재해석하며 시대의 고통에 함께 아파하는 '통감'의 자세를 보여주었던 그의 음악들은, 예술이 어떻게 세상과 관계 맺고 연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그의 치열한 고민 그 자체였습니다.

그런 그가 이제 모든 것이 지나간 자리, 함성이 잦아들고 시간이 흐른 뒤에 남겨진 것들에 대한 이야기, [잔해]로 돌아왔습니다. "사라진 것, 남겨진 것, 그 사이 어딘가에 있던 것들... 이건 그냥, 그 이후의 소리다."라는 앨범의 첫 문장은, 마치 오랜 투쟁의 현장을 떠올리게 합니다. 치열했던 함성과 뜨거웠던 열정이 잦아든 후의 고요함, 그 텅 빈 공간 속에서 비로소 마주하게 되는 상실감과 희미해진 기억의 흔적들.

이번 앨범에서 그의 콘트라베이스는 더 이상 반주 악기에 머무르지 않고, 서사 전체를 이끌어가는 중심 화자(話者)가 되어 우리에게 말을 건넵니다. 때로는 낮은 목소리로 고요히 읊조리고, 때로는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끌어올린 듯한 소리로 탄식하며, 듣는 이를 깊은 사색의 공간으로 이끕니다. 여기에 이보람, 진수영, 송하균 등 국내 최정상급 연주자들의 섬세한 앙상블이 더해져, 앨범은 하나의 거대하고 아름다운 소리의 풍경화를 완성합니다.

정수민 동지가 자신의 음악적 철학을 더욱 깊고 단단하게 쌓아 올리고 있음을 증명하는 이번 앨범을 동지 여러분께 강력히 추천합니다. 그의 낮은 목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이는 것은, 우리가 동지에게 보낼 수 있는 가장 진심 어린 위로이자 가장 따뜻한 연대일 것입니다.

발매 기사 읽기

9월 예술해방전선 회계보고

수입 항목금액
CMS 정기후원113,700
총수입113,700
지출 항목금액
CMS 수수료33,000
총지출33,000
당월 차액80,700원
전월 잔액-6,204원
현재 잔액74,496원

9월 재정 보고: 연대의 마음이 일군 풍성한 가을의 결실

결실의 계절 10월, 동지 여러분께 9월 한 달간의 살림살이를 투명하게 보고드립니다. 지난여름, 치열했던 현장 활동으로 인해 잠시 마이너스였던 우리의 곳간이 동지 여러분의 따뜻한 마음 덕분에 다시 넉넉하게 채워졌다는 기쁜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하고 싶습니다.

지난 9월 8일, 동지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113,700원의 소중한 후원금이 모였습니다. 이는 지난 몇 달간 이어졌던 마이너스 재정을 딛고 일어설 수 있게 한 결정적인 힘이었습니다. 어려운 시기에도 잊지 않고 보내주시는 꾸준한 신뢰와 지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값진 성과입니다.

9월에도 여러 연대 활동이 있었지만, 동지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도움 덕분에 식사비와 같은 직접적인 현장 비용 지출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보내주신 후원금 한 푼 한 푼을 소중히 여기며, 꼭 필요한 곳에 가장 먼저 사용할 수 있도록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8월 말 -6,204원이었던 잔액은 80,700원의 흑자를 기록하며, 9월 말 기준 74,496원의 잔액으로 전환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통장에 찍힌 숫자가 아니라, 언제든 현장의 부름에 응답할 수 있는 우리의 약속이자 가능성입니다. 이 소중한 씨앗 자금을 바탕으로, 선선한 가을 우리의 연대가 필요한 곳은 없는지 더욱 세심히 살피겠습니다.

언제나처럼, 정성 어린 후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